연구공간 L, 하나의 시작

 

2009년 10월 1일, 대학로 구석진 골목의 한 까페에서 아홉 명의 사람이 모였습니다. 웅성거리는 아홉 삶들이 공통의 시작을 모의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우리는 시대의 특정한 순간에 하나의 촛불, 하나의 항의로 만날 수 있었지만 그러한 혁명적 흐름이 가시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때에 그것을 마냥 기다리거나 패배를 한탄하며 ‘일상의 삶’으로 되돌아가기를 더 이상 반복할 수 없었습니다. 무엇보다 거리의 혹은 의회의 ‘정치’와 동떨어진 그저 안전하고 중립적인 일상의 삶이란 것 자체가 있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우리 삶의 매 순간순간이 자본, 국가의 죽은 힘과 우리의 산 힘이 적대하고 힘을 겨루는 정치의 순간이자 투쟁의 순간이었습니다. 매 순간의 우리의 움직임이 세계를 짓고 역사를 바꿀 것이었습니다.

 

그리하여 우리는 우리의 삶을 건 실험을 함께 시작해보기로 하였습니다.

혁명이 매 순간의 우리의 움직임에 달려있다면 삶 자체를 하나의 저항이자 투쟁으로, 나아가 새로운 삶의 형태로의 변이이자 창조로 추동하는 것이야말로 죽은 힘들에 대한 가장 강력한 저항이자, 그것과의 변증법적 관계를 뚫고 나아가 완전히 새로운 하나의 대안을 구축하는 가장 생산적인 실천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가까이 우리 아홉 삶들의 변이에서, 그리고 이 아홉 삶들과 연결되어 있는 무수한 삶들의 변이에서부터 시작될 것입니다.

 

연구공간 L은 그러한 실험의 첫 걸음입니다.

 

 

연구공간 L의 구성

 

1. 토요 모임

 

연구공간 L의 연구활동가인 아홉 사람 각각, 우리와 함께 생각하고 행동하고 공부하는 친구들 모두, 그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연구활동, 직접행동, 정동의 소통, 연구공간 L의 물리적 공간 자체가 잠재적으로 모두 L입니다. 그러나 연구공간 L은 매주 토요일마다 열리는 모임의 활동을 잠재적 힘들이 만나고 현실화되는 계기로 삼습니다. 토요 모임은 연구활동가들의 연구역량을 공통화하고 성장시키는 장이자 조직화의 기술을 실험하고 익히는 현장이며 각자의 연구와 실천의 생산물들을 가져와 서로에게 선물하는 상호교육의 공간으로 기능합니다. 일주일에 단 하루이지만 이 ‘하루’는 연구회원들이 물리적으로 흩어져 살아가는 나머지 시간 동안의 삶을 규정하고 추동하는 연구공간 L의 특이점입니다. 2010년 4월 현재 연구공간 L의 연구활동가 9명이 모두 참여하는 토요 모임은 다음과 같이 꾸려집니다.

 

① 오후 2시 네그리․하트 3부작 세미나

연구공간 L은 2009년 10월부터 안토니오 네그리와 마이클 하트의 공저 『제국』,『다중』,Commonwealth 3부작 완독을 목표로 11월부터 현재까지 Commonwealth를 공부하고 있습니다. 연구공간 L의 이론적 준거점인 안토니오 네그리와 마이클 하트의 사유를 중점적으로 공부하여 이론적 토대를 다지고 실천의 방향을 모색하는 작업이 이루어지는 시간입니다.

 

② 오후 7시 연구공간 L 회의

연구공간 L의 활동 전반에 대한 기획과 토론,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는 자리입니다. 연구활동가의 삶 공유, 청소, 재정, 세미나 방식 및 시간 조정 등의 일상활동에서부터 대외활동 참여여부 및 대외활동 기획 등 특별활동에 이르기까지 모든 의제가 논의되며, 구성원 중 한 사람이라도 연구공간 L 전체와 관련된 의제라고 생각하면 시간에 제한을 두지 않고 공통의 결정이 내려질 때까지 이야기를 나눕니다. 이는 ‘어떤 것이 연구공간L의 집단적 의제인가’를 결정하는 권한을 구성원 모두에게 부여함으로써 연구활동가 한 사람 한 사람이 L 그 자체로 활동할 수 있도록 그래서 연구활동가 개인의 자기조직화와 L의 집단적 조직화가 괴리됨이 없이 함께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고안해낸 우리의 집단적 지혜입니다. 연구공간 L의 회의는 이러한 조직화의 지혜가 창안되고 논의되는, 그래서 조직화의 예술이 탄생하는 장이기도 합니다.

 

③ 저녁 7시 30분 발표토론회

연구공간 L은 앞으로 기획블로그 운영, 웹진 발행, 계간지 창간 등 우리의 연구역량을 표현할 여러가지 방식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토요일 저녁 7시 30분에 진행되는 발표토론회는 이러한 장기적인 기획을 실현하는 일환으로, 연구활동가들의 연구역량 성장과 연구결과 공유가 이루어지는 시간입니다. 하나의 주제나 텍스트에 대해 연구해온 활동가가 구성원들에게 연구의 성과를 발표하고 토론하는 과정에서 사유를 다시 키움으로써 연구공간 L의 집단적 연구역량이 풍요로워지는 계기이기도 합니다. 매주의 발표토론회 주제와 발표문은 Commonblog L의 열린 게시판에 올리고 있습니다.  

 

④ 밤 10시~?

우리는 세미나, 회의, 수업에서만 자라거나 배우지 않습니다. 그러한 형식에서는 담아지지 않았던 못다한 이야기들을 나누고 함께 고민하는 토요일 밤 뒤풀이는 그래서 연구공간 L의 중요한 활동입니다. 무엇보다 정동의 소통과 공통화는 L의 조직화의 중요한 한 축입니다. 우리는 여기서 삶의 고단함을 풀고 새로운 생각거리를 얻고 L의 미래와 우리의 미래를 논의하고 소식을 주고받고 정동을 표현하고 웃고 기뻐집니다. 우리는 함께함이 기쁠 때에 그것이 강력하다는 것을 알기에 그러한 자리를 함께함의 기쁨을 유지하고 강화할 지혜를 생산하는 하나의 마디로 삼습니다. 그런 가운데 소위 ‘현실’의 강력한 지배적인 사회적 관계망에 휩쓸려 들어가지 않고 일상의 삶에서도 새로운 삶과 관계를 구성하고자 하는 욕망과 정동이, 따라서 힘이 생성된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신촌이나 이대 근처에서 밤이 깊도록 아니 새벽이 밝아오도록 웃고 이야기하고 진지하게 토론하는 사람들을 보신다면 연구공간 L이 뭔가 꿍딱꿍딱 작당중이구나 생각하세요. ^^

 

 

2. 세미나들

 

연구활동가 아홉 명이 모두 참여하는 토요일 모임 외에도 다양한 세미나들이 현재 진행 중에 있습니다.

 

① 수요일 저녁 8시 다중 세미나

안토니오 네그리와 마이클 하트의 공저 『다중』을 공부하는 세미나입니다.

세미나 문의: 그라쪼 imirreducible@gmail.com

 

② 목요일 오후 3시 Job, La Force de L'esclave 프랑스어 세미나

안토니오 네그리의 Job, La Force de L'esclave를 강독하는 세미나입니다. 프랑스어 공부와 함께 욥기에 대한 네그리의 독특한 해석을 공부할 수 있습니다.

세미나 문의: 서진 alittlepetla@gmail.com

 

③ 토요일 오전 10시 30분 성문종합영어 세미나

번역능력, 영문 독해능력을 재고하기 위해 성문종합영어를 공부하는 세미나입니다. 영광 님이 길잡이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세미나 문의: 석종 bluebellsong@naver.com

 

④ 토요일 오후 3시 들뢰즈 세미나

들뢰즈의 저작을 공부하는 세미나입니다.

세미나 문의: 리니오 redsboy@hanmail.net

 

⑤ 일요일 오후 2시 일본어 세미나

마우리찌오 라짜라또의 <사건의 정치학> 일본어본을 번역하는 모임입니다.

세미나 문의: 이 부장 exodus18@dreamwiz.com

 

⑥ 일요일 저녁 7시 문학 세미나

계간지에 수록되거나 구성원들이 정한 문학작품을 함께 읽고 토론하는 모임입니다.

세미나 문의: 세정 alfet@hanmail.net

 

⑦ 일요일 저녁 7시 라틴어 세미나

Oxford Latin Course를 교재로 하여 라틴어를 공부하는 모임입니다.

세미나 문의: 윤영광 mooa0@hanmail.net 

 

 

3. 연구공간 L과 함께하는 방법

 

연구활동가는 공간운영에 대한 일체의 책임을 함께 지고, 토요모임과 이후 연구공간 L의 공통활동(웹진, 계간지 발행 등)에 참여해야 합니다. 이러한 것을 함께할 마음이 있는 분이 연구활동가로 활동하길 희망한다고 구성원에게 알려주시면 기존의 연구활동가들이 전체회의에서 가부를 결정합니다. L의 연구활동가는 각자가 연구공간 L 그 자체인 만큼 연구활동가를 맞아들이는 문제는 L의 전체 의제입니다. 따라서 회의를 거쳐 모두의 동의가 있으면 연구활동가로 함께 할 수 있습니다.

 

세미나 회원은 연구공간 L의 개방성이 가장 크게 표현되는 마디입니다. 연구회원이 개설한 세미나에 함께하는 모든 분들은 세미나 회원으로 연구공간 L과 함께할 수 있습니다. 세미나 회원은 회비를 자율적으로 현물, 혹은 현금으로 낼 수 있으며 어떠한 문턱도 없이 연구공간 L의 연구활동에 접속할 수 있습니다.

 

 

4. Commonblog L

 

연구활동가들의 연구과정, 성과, 단상, 다중들의 투쟁의 소통을 가능하게 하고 우리 활동의 공통적 표현을 위해 개설된 연구공간 L의 메타블로그입니다. 연구활동가들의 개별 블로그 외에 L의 실천과 연결될 수 있는 작업을 해나가는 다른 블로그, 연구활동가들의 세미나 블로그 등이 등록되어 있습니다. Commonblogl은 연구공간 L이 연구공간 L의 이름으로 세계와 소통하기 시작한 작은 문입니다.

 

 

5. 연구‘공간’ L

 

2009년 11월 연구공간 L은 마포구 염리동(2호선 이대입구역 5번출구에서 아현동 방향으로 50미터)에 공간을 마련했습니다. 토요 모임과 모든 세미나들이 여기에서 이루어지며 연구활동가들의 개인 연구공간으로도 사용됩니다.

 

 

6. L을 구성하는 이름붙여지지 않은 것들

 

2009년 10월 1일 첫 모임 이래로 연구공간 L은 기본소득국제학술대회 참여, 학술대회참여를 위한 기본소득을 주제로 한 수차례의 세미나 진행, 용산참사 장례위원 참여 등의 비정기적 활동을 하였습니다. 이 밖에도 집회 참여, 온라인 커뮤니티 활동, 우리들 각각의 공부, 투쟁 소식의 소통, L 이외의 사람들과의 만남, 다른 곳에서의 세미나 조직 등등이 모두 L의 활동을 구성하고 있습니다.

공간 L 청소, 회의 사회, 회계 등을 맡는 것, 우리들 모두가 쓸 수 있게 수건을 빨아오는 것, 흐트러진 곳을 정돈하는 것, 회비로 세제, 수세미, 커피, 차 등을 사오는 것, 연구공간 L의 활동을 마음으로 지지해주는 것, 그래서 연구활동가들의 친구가 되어주는 것은 연구공간 L 자체를 꾸려갈 수 있도록 해주는 중요한 요소이자 우리의 실험을 가능하게 하는 바탕임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우리는 이렇게 이름붙일 수 없는 수많은 사람들과 존재들, 활동, 힘들에 기대어 바로 여기, 지금 우리의 삶에서부터 L의 실험을 시작해나가고 있습니다.